이번 주 각국 건축계에서 나온 소식 세 가지는 성격이 꽤 다르다. 한국에서는 건축사의 수묵화 전시, 중국에서는 건축 실무에 막 들어서는 사람들의 고민, 영국에서는 대학 도서관 신축 계획이 중단된 일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셋을 함께 읽으면 비슷한 질문이 보인다. 좋은 공간은 도면 한 장으로 완성되지 않고, 현장을 오래 들여다보는 과정과 여러 사람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산을 20년 동안 그린 건축사
건축사신문(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터·울 건축사사무소의 김석환 건축사가 10월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실경수묵화전 ‘현장의 필치로 담아낸 북한산展’을 연다. 김 건축사는 화가이자 시인으로도 활동한다. 이번 개인전은 ‘2026 전북도립미술관 선정작가전’에 뽑혀 마련됐고, 2021년 북한산전에 이어 5년 만에 다시 북한산을 다룬다.
그는 20여 년 전 주말마다 산에 오르면서 북한산을 그리기 시작했고, 유적 답사나 해외 건축 답사를 다닐 때도 그림을 이어 왔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로 4.2미터 크기의 북한산 전경을 처음 공개하고, 먹의 물성을 살린 신작도 함께 내놓는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손으로 옮기는 습관이 건축가의 눈을 기른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다.
중국: 강의실에서 사무소까지의 거리
ArchDaily 中国에 따르면 건축학 학위는 전공의 기초를 마련해 주지만, 학교를 떠나 실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교과서 밖의 역량이 훨씬 많이 필요하다. 이 매체는 실무 경험을 쌓는 일, 포트폴리오를 다듬는 일, 설계사무소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익히는 일을 졸업생 다수가 함께 겪는 과제로 꼽았다. 이론과 현장 사이의 간극은 직업 건축가에게도, 처음 집을 고쳐 보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존재한다.
영국: 공사 직전에 멈춘 도서관
The Architects' Journal에 따르면 앤절라 레이너 주택장관은 그래프턴 아키텍츠가 설계한 케임브리지대학교 신축 도서관 계획을 막판에 중단시켰다. 이 계획은 그동안 논란을 불러왔고, 고등법원에서의 법적 다툼도 앞두고 있었다. 설계가 아무리 이름난 사무소의 작품이라도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마지막 순간에 멈출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공통점: 결과보다 과정
세 소식은 규모도 맥락도 다르다. 그래도 현장을 꾸준히 관찰하는 태도, 이론과 실무 사이의 틈을 메우는 경험, 공간을 함께 쓰는 사람들과의 합의가 건축의 질을 좌우한다는 메시지는 같다. 작은 집을 고칠 때도 다르지 않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먼저 오래 관찰하기: 공사 전에 며칠 동안 시간대별 햇빛, 동선, 물건이 쌓이는 자리를 메모하거나 간단히 스케치해 두면 계획이 훨씬 구체적으로 나온다.
- 실측과 기록을 습관으로: 벽과 창, 콘센트 위치를 직접 재고 사진을 남겨 두자. 시공 전후를 비교할 수 있고, 나중에 다시 고칠 때 나만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 작은 작업부터 경험 쌓기: 도면과 실제 시공은 다르다. 페인트칠이나 손잡이 교체처럼 되돌리기 쉬운 작업으로 손을 먼저 익힌 뒤 큰 작업에 들어가는 편이 안전하다.
- 합의는 공사 전에: 아파트라면 관리사무소 규정, 소음 시간대, 이웃 안내 여부를 미리 확인하자. 가족 간에도 공간 용도를 먼저 정해 두면 중간에 공사가 멈추는 일을 줄일 수 있다.
- 창밖 풍경도 설계의 일부로: 창 너머로 산이나 나무가 보인다면 가구 배치로 그 시야를 가리지 말고, 풍경을 집 안의 그림처럼 활용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