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해외 매체들이 다룬 공간 이야기는 서로 다른 도시에서 나왔지만 겹치는 지점이 있다. 공간을 기능으로만 보지 않고, 사는 사람의 기억과 정체성, 함께하는 시간을 담는 그릇으로 본다는 점이다. 파리의 아파트, 홍콩 가정의 식탁, 콜롬비아 보고타의 공공건축을 차례로 살펴본다.

파리: 책을 중심에 둔 아파트

프랑스 인테리어 매체 Deco.fr에 따르면 저널리스트 오드레 퓔바르는 파리 6구 생제르맹데프레의 아파트를 전형적인 인테리어 방식으로 꾸미지 않았다. 집 전체를 책에 대한 애정에 맞춰 구성했고, 마르티니크 출신이라는 뿌리를 보여 주는 흔적도 곳곳에 두었다. 매체는 이 집을 '아파트-도서관'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수납이 곧 인테리어가 된다는 것이다. 책장은 물건을 넣어 두는 가구에 그치지 않고,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주는 벽이 된다. 고향과 관련된 물건 역시 장식품이라기보다 집주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쓰였다.

홍콩: 하루 한 번 모이는 식탁

홍콩 일간지 SCMP 라이프스타일 섹션에는 한 필자가 어린 시절 가족 식탁을 돌아보는 글이 실렸다. 필자의 집에서 저녁 식사는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었다. 각자 일정이나 기분이 어떻든 하루에 한 번은 모두 모여야 하는 시간이었고, 필자는 이를 거의 신성한 일로 기억한다.

식탁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요리가 차려졌고, 한가운데에는 주로 농어를 통째로 쪄서 생강채와 파를 얹고 간장과 기름을 두른 생선 요리가 놓였다. 필자는 이런 음식에 중국인 이주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식탁은 가구이기 전에 가족의 기억이 쌓이는 자리라는 이야기다.

보고타: 소리와 풍경을 품은 지하 건축

AD México y Latinoamérica에 따르면 보고타의 공공건축 'Caja de Música(음악 상자)'는 소리와 풍경, 대학 생활을 하나로 묶은 지하 건축이다. 이 프로젝트는 Iconos del Diseño 2026 공공건축 부문에서 인정을 받았다. 땅 아래에 있는 공간도 소리와 풍경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다.

세 공간의 공통점

규모와 성격은 서로 다르다. 파리는 개인의 취향, 홍콩은 가족의 의례, 보고타는 공동체의 일상을 다룬다. 그러나 세 사례 모두 공간이 무엇을 담고 누구를 모으는지에서 출발한다. 유행하는 마감재보다 그 공간에서 반복되는 행동과 기억이 먼저라는 점이 이번 흐름의 핵심이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책장을 벽으로 쓰기: 거실 한쪽 벽을 책장으로 채우면 수납과 포인트 벽 역할을 함께 한다. 높은 책장은 벽에 고정해 넘어지지 않게 한다.
  • 식탁을 집의 중심에 두기: 거실과 주방 사이에 식구 수보다 조금 넉넉한 식탁을 두면 모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식탁 위 조명은 따뜻한 색온도로 고른다.
  • 내 이야기가 담긴 물건 보여 주기: 고향이나 여행, 가족과 관련된 물건 몇 가지를 골라 눈높이 선반에 두면 집에 개성이 생긴다.
  • 소리도 인테리어로 생각하기: 러그, 패브릭 커튼, 책으로 채운 책장은 아파트 거실의 울림을 줄여 대화하기 편한 환경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