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곳곳의 공간 디자인에서 한 가지 흐름이 자주 보인다. 새로 짓거나 눈에 띄는 장치 하나로 승부하기보다, 이미 있는 공간의 성격과 자원을 살려 다시 짜는 방식이다. 이번 주 소개된 중앙아시아의 작은 매장, 유럽의 임대 아파트, 한국 지방도시의 정책 구상에서도 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알마티: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않는 109.3㎡

ArchDaily 中国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알마티 도심에 문을 연 샌드위치 바 'Sangwich Club'은 east bureau가 설계했고 면적은 109.3㎡다. 설계의 목표는 손님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공간의 매력을 하나씩 알아차리게 하는 것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시선을 끄는 장치 하나에 실내를 맡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간이 원래 가진 개성, 브랜드의 시각 언어, 그리고 실내 곳곳에서 서로 호응하는 맞춤 제작 요소들을 한데 엮었다. 화려한 포인트 하나보다 반복되는 디테일이 공간의 인상을 만든다는 접근이다.

프라하: 부동산 상품이 아닌 집

ArchDaily Brasil에 따르면 체코 프라하 비소차니(Vysočany) 지역에서 matěj šebek architekti가 기존 아파트 건물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Harfa' 옥상 증축이다. 설계팀은 도시의 주거 건물을 개발하면서 그저 또 하나의 부동산 상품으로 만들지 않을 방법을 고민했고, 이 사례를 통해 도시 임대주택에 대한 다른 접근을 제안한다.

건물을 허물지 않고 기존 구조 위에서 고쳐 쓴다는 점에서, 공간의 수명을 늘리는 리모델링의 성격이 강하다.

이천: 새 개발보다 기존 자원

국내에서도 같은 맥락의 목소리가 나왔다. 건축사신문에 따르면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건축사 출신 최덕수 이천시의원은 인터뷰에서 개별 사업의 성과를 넘어 도시가 꾸준히 성장하고 시민의 삶의 질이 함께 높아지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새로운 개발에 기대기보다 기존 도시가 가진 자원과 기능을 활용하는 쪽을 강조했다.

세 사례의 공통점과 차이

규모는 매장, 건물, 도시로 다르지만 출발점은 같다. 지금 있는 것의 성격을 먼저 읽고 그 위에 더한다는 것이다. 차이는 무엇을 살리느냐에 있다. 알마티 사례는 공간의 개성과 브랜드 정체성을, 프라하 사례는 건물 자체와 임대주택의 의미를, 이천의 구상은 도시의 기존 기능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철거부터 하지 말 것: 몰딩, 창틀, 문짝처럼 상태가 괜찮은 기존 요소를 먼저 목록으로 정리하고 살릴 것과 바꿀 것을 나눈다.
  • 포인트 하나보다 반복되는 디테일: 같은 재료나 색을 선반, 손잡이, 조명 등 여러 곳에 조금씩 반복하면 집 전체가 하나로 묶인다.
  • 들어가며 발견하는 동선: 현관에서 집이 한눈에 다 보이지 않게 가구 배치나 가벽으로 시선을 단계적으로 나누면 작은 집도 깊어 보인다.
  • 맞춤 가구는 공간에 맞춰: 기성품을 억지로 끼워 넣기보다 우리 집 치수와 쓰임에 맞춘 수납을 일부라도 들이면 효율과 통일감을 함께 얻는다.
  • 임대 집이라면 되돌릴 수 있게: 세입자라면 벽을 손대기보다 가구, 패브릭, 조명처럼 이사할 때 가져갈 수 있는 요소로 분위기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