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해외 건축·디자인 소식에는 '벽'이 공통으로 등장한다. 중국에서는 작은 집이 벽을 단단히 세워 가족의 사생활을 지켰다. 미국의 한 건축학교는 '벽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역사를 돌아봤고, 일본에서는 분야 사이의 경계를 넘자는 디자인 행사가 열렸다. 나라마다 방향은 다르지만 질문은 같다. 벽을 어디에 세우고 어디서 열 것인가.

중국: 고층 사이 작은 집, 벽으로 사생활을 지키다

ArchDaily 중국판에 따르면 Studio SMA와 Ground Architects가 설계한 DamDam House는 부부와 쌍둥이 자녀,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사는 소형 주택이다. 대지가 좁은 데다 주변을 고층 건물이 에워싸고 있어서, 설계팀은 외벽을 견고한 덩어리로 처리해 밖에서 들여다보이지 않게 했다.

주차 공간 배치도 설계를 제약했다. 그래서 설계팀은 층마다 맡을 기능을 세밀하게 나누고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계산해 내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도록 했다. 면적을 넓힐 수 없는 상황에서 기능 분리와 동선 설계로 쓸 수 있는 공간을 늘린 사례다.

미국: '벽 없는 학교'를 꿈꾼 건축 교육

ArchDaily 브라질판에 따르면 남캘리포니아 건축학교(SCI-Arc)의 1970~80년대를 다룬 기관사 『With and Without Walls』가 나왔다. 이 학교는 1972년, 관료적·이념적 압박을 느끼던 구성원들이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 대학교 포모나에서 갈라져 나오면서 시작됐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던 건축가이자 교수 레이 카피가 설립을 제안했고 초대 학교장을 맡았다. 이 책은 카피가 이끈 초창기와 1960년대의 사회적·문화적·생태적 이상주의를 배경으로 학교의 문화를 조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벽은 물리적인 벽만이 아니다. 제도와 관습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까지 함께 가리킨다.

일본: 분야의 경계를 넘는 디자인 축제

일본 JDN에 따르면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디자인 행사 'Featured Projects 2026'이 2026년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코쿠요 도쿄 시나가와 오피스의 THE CAMPUS에서 열렸고, JDN은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사무 공간을 행사장으로 열어 여러 분야의 디자인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통점과 차이

중국 사례는 밖을 향해 벽을 닫고 안쪽을 촘촘히 짜는 방식이다. 미국과 일본 사례는 제도와 분야 사이의 벽을 허무는 쪽에 가깝다. 방향은 반대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일을 한다. 지킬 것은 막고 이어야 할 것은 연다. 벽을 세울지 말지보다 어디에 세울지를 먼저 정하는 셈이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앞 동과 마주 보는 창이 있다면 무조건 가리기보다 시선이 닿는 높이만 블라인드나 반투명 필름으로 가리고 위쪽은 열어 채광을 살린다.
  • 평면도에 현관·주방·욕실·침실 사이를 오가는 하루 동선을 그려 보고, 자주 지나는 길에 놓인 가구부터 옮긴다.
  • 방마다 맡을 역할을 한두 가지로 정해 두면 같은 면적이라도 물건이 흩어지지 않는다.
  •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사람 동선과 겹치지 않는 벽면에 쉼터나 선반 자리를 따로 마련한다.
  • 거실과 주방 사이처럼 열어도 되는 경계는 고정 벽 대신 낮은 수납장이나 가벽으로 나눠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