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화려한 형태보다 주어진 조건에 어떻게 답하는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주 소개된 중남미의 두 사례는 결이 다르다. 하나는 설계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에게 열려는 건축사무소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큰 홍수를 겪은 도시가 무엇을 다시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런데 둘 다 결국 같은 결론에 닿는다. 집과 도시는 자기가 놓인 맥락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멕시코시티, 형편에 맞춘 설계

스페인 건축 매체 METALOCUS에 따르면 Vrtical은 2014년 멕시코시티에서 문을 연 건축사무소다. 1982년생 루이스 벨트란 델 리오 가르시아(Luis Beltrán del Río García)와 1992년생 앤드루 소사 마르티네스(Andrew Sosa Martínez)가 함께 세웠다. 두 사람 모두 멕시코시티 출신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목표는 건축 서비스의 민주화다. 하나의 정답을 정해두지 않고, 현장의 맥락과 프로젝트 규모, 쓸 수 있는 예산에 따라 방법론을 바꿔 적용한다. 주거, 문화, 상업 시설과 공공 공간까지 다루며, 개인 의뢰뿐 아니라 인도주의·사회적 성격의 건축에도 참여한다. 좋은 설계는 큰 예산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브라질 남부, 물을 막을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ArchDaily Brasil에 따르면 2024년 5월 히우그란지두술주를 덮친 홍수는 오늘날 도시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모순을 드러냈다. 많은 도시가 강가에서 강과 함께 자라났지만, 수십 년 동안 물의 흐름을 도시계획에 담기보다 통제하는 데만 힘을 쏟았다는 것이다. 매체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런 취약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짚는다.

홍수 후 2년이 넘게 지나면서 재건은 진척됐고, 기반시설도 복구됐으며, 새로운 방어 전략도 나오고 있다. 그래도 매체는 묻는다. 이 도시들이 물과의 관계를 새로 짜고 있는지, 아니면 예전 모습을 되살리는 데 그치고 있는지를.

두 사례가 함께 말하는 것

멕시코 사례가 예산과 규모라는 사회적 조건에 맞추는 이야기라면, 브라질 사례는 물과 기후라는 자연적 조건에 맞추는 이야기다. 둘 다 표준화된 해법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말고, 쓰는 사람과 땅이 처한 현실을 먼저 읽으라고 한다. 복구도 리모델링도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서 끝내지 말고, 앞으로의 조건에 맞게 다시 생각할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예산부터 정하고 단계를 나눈다: 전체를 한 번에 바꾸기보다 우선순위를 정해 필요한 공간부터 차례로 손보면 무리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다.
  • 물이 드나드는 길을 먼저 점검한다: 베란다·욕실 배수구, 실외기실 바닥, 창틀 실리콘을 장마 전에 확인하고 막힌 곳이나 갈라진 곳을 정비한다.
  • 반지하·저층은 바닥에서 띄운다: 가구와 수납장은 다리가 있는 제품을 고르고, 중요한 짐은 바닥에 직접 두지 않는다.
  • 습기에 강한 마감재를 고른다: 물이 닿기 쉬운 현관·주방·세탁 공간에는 타일처럼 물에 강하고 닦기 쉬운 재료를 쓴다.
  • 원상복구보다 개선을 생각한다: 누수나 곰팡이로 보수할 때는 그대로 덮지 말고 환기와 배수 같은 원인을 함께 고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