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건축·디자인 현장에서는 '처음부터 새로 짓지 않는다'는 태도가 자주 보인다. 요르단의 디자인 행사, 영국 시골의 농가 창고 개조, 독일 소도시의 주거단지를 함께 놓고 보면 방향이 하나로 모인다. 이미 있는 것을 쌓고 고쳐 쓰며, 빗물 같은 자연의 흐름을 집 안팎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요르단: 쌓여 온 것을 다시 읽다

ArchDaily Brasil에 따르면 암만 디자인 위크가 7년 동안 쉬었다가 2026년에 다시 열렸다. 2026년 10월 2일부터 17일까지 열린 네 번째 행사의 주제는 '축적(Acumulações)'이었다. 건축·디자인 사무소 FADAA를 세운 건축가 Sarah Hejazin과 Bisher Tabbaa가 공동 디렉터를 맡았다. 두 사람은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접근을 넓어진 프로그램에 담았다. 행사에는 디자이너와 창작자, 문화계 종사자가 모여 요르단 디자인의 흐름을 만들어 온 작업을 함께 돌아봤다. 인터뷰 제목인 "아무것도 0에서 시작하지 않는다"가 행사의 관점을 잘 보여 준다.

영국: 쓰지 않던 농가 창고를 사무실로

The Architects' Journal에 따르면 Charlie Luxton Design은 영국 글로스터셔 시골에서 더는 쓰이지 않던 농업용 건물 두 동을 한 투자회사의 본사로 바꿨다. 850㎡ 규모의 이 업무 공간은 순환 건축 원칙을 따랐고, 회수한 자재와 천연 재료를 썼다. 건물을 새로 올리지 않고 기존 구조를 살려 용도만 바꾼 사례다.

독일: 빗물을 머금는 주거단지

db deutsche bauzeitung에 따르면 독일 미텔프랑켄 지역의 소도시 슈타인에 주거단지 '크뤼겔파크(Krügelpark)'가 들어섰다. 설계는 Grabow Zech Architekten이, 개발은 Schultheiß Projektentwicklung AG가 함께 맡았다. 이 단지는 빗물을 바로 흘려보내지 않고 땅과 녹지에 머금게 하는 스펀지 도시 원칙에 요즘 필요한 기반시설을 더했다. 건물 규모도 주변과 균형이 맞게 조율했다. 집약형 토양층을 깐 옥상 녹화도 이 전략의 일부다.

세 나라의 차이와 공통점

세 나라가 다루는 규모는 서로 다르다. 요르단은 행사와 담론, 영국은 건물 한 채의 개조, 독일은 단지 전체의 물 관리를 다룬다. 그래도 출발점은 같다. 쌓여 온 작업, 버려진 건물, 내리는 빗물처럼 이미 있는 자원에서 시작한다. 새것을 들이기 전에 있는 것을 다시 보고 고쳐 쓰는 태도가 디자인의 기본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철거 전에 살릴 것부터 정리: 문짝, 몰딩, 붙박이장처럼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을 먼저 골라 두면 폐기물과 공사 범위를 함께 줄일 수 있다.
  • 남은 자재 다시 쓰기: 쓰던 원목 상판이나 타일 자투리는 선반, 트레이, 화분 받침 같은 소품으로 바꿔 쓴다.
  • 천연 마감재를 부분적으로: 원목, 석재, 리넨 같은 자연 소재를 한쪽 벽이나 가구에만 써도 공간이 따뜻해지고, 나중에 손보기도 쉽다.
  • 베란다·옥상 녹화는 기본부터 확인: 플랜터를 들이기 전에 방수, 배수, 하중을 먼저 확인하고 물이 잘 빠지는 흙을 쓴다.
  • 집이 지나온 시간 남기기: 오래된 집의 원래 구조나 자재를 일부 드러내 두면 그 집만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