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멕시코, 호주, 남아공에서 나온 디자인 소식 세 건은 서로 결이 다르다. 하나는 식료품 수납장, 하나는 바닷가 주택, 하나는 출퇴근길 예술 프로젝트를 다룬다. 그런데 셋 모두 이미 가진 공간과 풍경, 일상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는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닮았다.

멕시코: 팬트리를 정리하는 일은 음식을 지키는 일

AD México y Latinoamérica에 따르면, 전문가 두 명이 팬트리 정리에 쓸 아이디어 9가지를 내놓았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한정된 수납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그리고 정리를 통해 음식이 버려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수납을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드는 일로 보지 않고 식재료 관리와 낭비 줄이기로 연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무엇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한눈에 보이면, 잊고 있다가 버리는 식재료도 그만큼 줄어든다.

호주: 집의 중심을 창밖 풍경에 맞추다

Homes To Love에 따르면, 디자이너 Madeleine Blanchfield는 시드니 항구를 바라보는 전망을 최대한 살린 주택을 설계했다. 이 집은 매체가 진행하는 독자 선정 시상(Readers' Choice Awards) 투표 후보에도 올랐다. 자료에 구체적인 설계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집 바깥의 풍경을 집이 가진 핵심 자산으로 보고 그에 맞춰 공간을 짰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남아공: 바쁜 이동 시간을 멈춰 서는 시간으로

VISI에 따르면, 'Between Two Suns'라는 프로젝트는 서둘러 지나치는 출퇴근길을 볼거리가 있는 예술 경험으로 바꿔 놓았다. 이 작업은 오가는 사람들에게 걸음을 늦추고 고개를 들어 보라고 권한다. 주거 공간 이야기는 아니지만, 매일 반복해서 지나가는 동선에 머물 이유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집 안 복도나 현관에도 적용해 볼 만한 시각이다.

세 사례의 공통점

  • 있는 것 다시 보기: 공간을 새로 늘리지 않고, 이미 있는 수납장과 전망과 길을 다르게 활용한다.
  • 생활과 바로 이어짐: 음식 낭비, 매일 보는 풍경, 출퇴근 같은 일상의 경험이 디자인의 목적이다.
  • 규모는 달라도 같은 질문: 작은 수납장부터 집 한 채, 공공 공간까지 규모는 다르지만 묻는 것은 같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팬트리나 주방 상부장은 칸마다 종류별로 나누고, 먼저 산 식재료를 앞쪽에 두면 유통기한을 놓치는 일이 줄어든다.
  • 속이 보이는 용기나 이름표를 쓰면 재고가 한눈에 보여 같은 물건을 또 사는 일을 막을 수 있다.
  • 아파트 거실은 창 쪽 시야를 가리는 키 큰 가구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바깥 풍경을 더 넓게 들일 수 있다.
  • 창가에 낮은 의자나 벤치를 두면 전망을 즐기며 쉬는 자리가 생긴다.
  • 현관이나 복도처럼 매일 지나치는 동선에 작은 그림이나 조명 하나를 더하면 스쳐 가던 공간이 잠시 머무는 공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