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여러 나라의 건축·디자인 소식은 지역도 성격도 서로 달랐다. 그런데 한데 모아 읽으면 공통점이 하나 보인다. 새 건물을 더 짓는 이야기보다 이미 있는 건물과 재료, 그리고 생활 방식을 어떻게 오래 쓰고 살려 둘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작은 건물의 에너지 전환이 더딘 이유

건축사신문에 따르면 서울연구원이 세계도시정책동향 제604호를 냈다. 주제는 미국·독일·일본·EU의 소형건물 에너지 전환 해법이다. 보고서는 서울에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려야 할 건축물이 수만 동에 이른다고 짚었다. 관련 기술과 융자, 세제 지원 제도도 이미 마련돼 있다. 그런데도 건물의 에너지 전환과 효율 개선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연구원은 해외 정책과 비교해 서울 소형건축물 녹색전환의 현황과 과제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내놓았다. 대형 건물보다 작은 건물과 주택이 전환의 사각지대라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결국 제도가 있어도 집주인이 실제로 손을 대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런던: 재사용·재활용·복원을 원칙으로

METALOCUS에 따르면 런던의 건축사무소 스튜디오쇼(Studioshaw)는 2016년 마크 쇼가 세웠다. B Corp 인증을 받았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주로 맡으며, 현재 여러 나라 출신의 9명이 일한다. 이 사무소가 모든 작업의 기준으로 삼는 원칙은 'RE:LOW'다. 재사용하고, 재활용하고, 복원해서 덜 복잡한 건물을 만들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는 뜻이다. 새로운 기술을 더하기보다 덜어내고 되살리는 쪽을 택한 것이다.

태국: 직물과 나무집으로 이어 가는 문화

art4d에 따르면 태국에서 열린 전시 'The Preservation of Fire'는 직접 짠 직물과 나무로 지은 집을 통해 아카족의 문화를 보여 준다. 전시는 전통을 박제처럼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금의 삶 속에서 문화가 계속 살아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관람객에게 묻는다. 집과 손작업은 지켜야 할 유물이 아니라 계속 쓰이면서 이어지는 대상이라는 관점이다.

세 소식의 공통점

서울은 정책으로, 런던은 설계 원칙으로, 태국은 문화로 접근했다. 출발점은 달라도 세 곳 모두 '있는 것을 잘 고쳐 오래 쓰는 일'에 무게를 둔다. 효율 개선이든 재료 재사용이든 전통 공간의 계승이든, 철거하고 새로 짓는 대신 이어 가는 쪽이 앞으로의 흐름으로 보인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전체 리모델링 전에 창호 틈새, 단열이 약한 외벽 쪽 벽면, 결로가 생기는 곳부터 점검해 에너지가 새는 곳을 먼저 막는다.
  •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소형 건물이라면 거주 지역 지자체의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융자 제도가 있는지 공사 전에 확인한다.
  • 문짝, 몰딩, 원목 가구처럼 상태가 괜찮은 자재는 버리지 말고 샌딩과 도장으로 되살려 폐기물과 비용을 줄인다.
  • 장식을 더하기보다 마감과 구조를 단순하게 해 나중에 보수하기 쉬운 공간으로 만든다.
  • 집안에 내려오는 직물이나 오래된 나무 소품을 인테리어 포인트로 써서 공간에 이야기를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