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해외 인테리어 소식들을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새로 짓거나 크게 허물지 않고, 이미 있는 건물과 공간은 그대로 둔 채 그 안에서 겪는 경험을 바꾸는 방식이다. 파리의 앤티크 딜러들, 미국의 한 디자이너가 손본 욕실, 밀라노의 19세기 건물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 흐름을 보여준다.

파리: 매장 대신 집에서 손님을 맞다

AD España에 따르면 파리에서는 일반 매장을 정리하고 개인 아파트, 저택, 숨은 작업실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앤티크 딜러와 디자인 갤러리스트가 늘고 있다. 이들은 예약한 고객만 받아 시간을 충분히 들여 응대한다. 진열대 위 상품이 아니라 실제 생활 공간에 놓인 가구와 오브제를 보여주는 셈이어서, 고객은 물건이 집 안에서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먼저 경험하게 된다.

미국: 벽을 옮기지 않은 욕실 변신

Apartment Therapy에 따르면 디자이너 파리하 나시르(Fariha Nasir)는 벽을 옮기지 않고 욕실과 옷장을 새로 꾸몄다. 핵심은 초록색 타일, 무굴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아치, 그리고 더 영리하게 다듬은 수납이었다. 구조 공사 없이 색과 곡선, 수납 계획만으로도 공간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례다.

이탈리아: 1860년 건물의 팔각 중정

Living(Corriere della Sera)에 따르면 밀라노 도심의 19세기 건물 안에 Simple Flair Apartment가 문을 열었다. 이 건물은 1860년에 설계된 카사 로시(Casa Rossi)이고, 가장 놀라운 건축 요소는 팔각형 평면의 중정이다. 중정은 5층 높이로 솟아 있으며, 층마다 이어지는 창과 기하학적 장식이 수직감을 더 강하게 만든다. 오래된 건축의 개성을 지우지 않고 새 공간의 얼굴로 삼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통점과 차이

세 사례는 규모도 분야도 다르지만, 기존 구조를 존중하면서 그 안의 경험을 다시 설계한다는 점이 같다. 차이는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다. 파리는 물건을 어떻게 보여줄지, 미국 사례는 공간을 어떻게 고칠지, 밀라노는 무엇을 남길지에 집중한다. 홍콩에서는 SCMP에 따르면 영국 디자이너 킴 존스가 다시 시작하는 패션 레이블의 거점으로 홍콩을 골랐다. 인테리어 소식은 아니지만, 장소가 가진 고유한 성격을 정체성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철거보다 마감부터: 욕실을 손볼 때 구조를 건드리기 전에 타일 색과 줄눈부터 바꿔 보자. 컬러 타일을 한 면에만 쓰면 부담 없이 포인트를 줄 수 있다.
  • 곡선 하나로 표정 바꾸기: 아치형 거울이나 아치 모양 수납장 문 같은 작은 곡선 요소만으로도 직선 위주의 아파트 욕실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 수납은 동선부터 다시 계산: 수납장을 늘리기 전에 자주 쓰는 물건의 동선에 맞춰 칸을 다시 나누면, 같은 면적에서도 훨씬 쓰기 편해진다.
  • 오래된 요소는 살려 두기: 구축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원래 창틀, 몰딩, 계단처럼 개성 있는 부분은 덮어 버리기보다 정비해서 남기면 그 집만의 특징이 된다.
  • 가구는 놓일 자리를 먼저 그리기: 앤티크나 중고 가구를 들일 때는 놓을 자리의 치수를 미리 재고 배치를 계획한 뒤 고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