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어 해외 인테리어 매체들이 다룬 집들은 공통점이 있다. 넓지 않은 공간이나 넉넉하지 않은 예산을 탓하지 않고, 색과 빛, 동선과 재료를 다시 짜서 집을 바꿨다는 점이다. 독일과 프랑스, 미국 매체가 각각 소개한 사례를 묶어 보면 작은 집을 다루는 흐름이 보인다.

뉴욕 임대 아파트, 적은 예산으로 만든 가을 분위기

AD 매거진 독일판에 따르면 탈리아 메이든(Talia Mayden)은 빠듯한 예산으로 뉴욕의 임대 아파트를 로맨틱한 가을 느낌의 집으로 꾸몄다. 핵심은 세 가지다. 벽을 버건디(보르도) 색으로 칠했고, 분위기를 살리는 조명을 썼고, 가구와 소품은 상당수를 중고로 구했다.

공사를 크게 할 수 없는 임대 주택에서는 벽 색과 조명만 바꿔도 공간 인상이 확 달라진다. 여기에 중고 가구가 더해지면 새 물건만으로는 내기 어려운, 시간이 쌓인 듯한 깊이가 생긴다. 큰돈 없이도 취향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파리 근교 팡탱, 60㎡ 주택의 시선과 동선

AD 매거진 프랑스판에 따르면 파리 근교 팡탱에 있는 60㎡ 주택은 여러 차례 고쳐 쓰는 동안 구조가 복잡해진 집이었다. 설계를 맡은 알로르 스튜디오(Alors Studio)는 집 안 동선과 공간의 부피를 새로 짜서 더 트이고 밝은 실내를 만들었다. 시선이 멀리 뻗도록 원근감을 살려 실제 면적보다 넓어 보이게 한 것이다.

마감재에서는 대비를 썼다. 따뜻한 톤의 나무에 매끈한 왁스 콘크리트(베통 시레)와 타일을 함께 써서 부드러운 질감과 단단한 질감이 나란히 보이게 했다. 면적을 넓히지 않고 지나다니는 길과 시선만 정리해도 집이 넓어 보인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코모 호숫가 숙소가 보여 주는 장소의 힘

미국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는 2026년판 이탈리아 코모 호수 에어비앤비 10곳을 골라 소개했다. 모두 물가에 있는 집들로, 한가로운 이탈리아 휴가를 위한 숙소로 꼽혔다. 앞의 두 집이 실내 연출로 공간을 바꿨다면, 이 숙소들은 창밖 풍경을 집의 일부처럼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세 사례의 공통점

나라와 집의 형태는 달라도 방향은 비슷하다. 면적을 늘리기보다 있는 공간을 어떻게 보이게 하고 느끼게 할지에 집중했다. 뉴욕 집은 색과 빛으로, 팡탱 집은 동선과 재료 대비로 그 답을 찾았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전셋집이나 월셋집이라면 집주인과 협의해 벽 한 면만 짙은 색으로 칠하거나, 떼어 낼 수 있는 벽지로 포인트를 줘 본다.
  • 천장 주조명 하나에만 기대지 말고 스탠드나 테이블 램프처럼 낮은 위치의 간접 조명을 더해 저녁 분위기를 만든다.
  • 가구는 모두 새것으로 들이기보다 중고 거래로 원목 의자나 수납장을 구해 손질해 쓰면 비용은 줄이고 개성은 살릴 수 있다.
  • 현관에서 거실까지 시선을 막는 가구나 짐을 치우면 좁은 아파트도 한결 깊어 보인다.
  • 나무 가구에 매끈한 타일이나 콘크리트 느낌 마감을 함께 쓰는 식으로 질감 대비를 주면 단조로운 공간에 변화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