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세계 건축 소식 가운데 세 건을 묶어 보면 한 가지 질문이 보인다. 지금 비어 있거나 제대로 쓰이지 않는 공간을 어떻게 사람을 위한 자리로 바꿀 것인가. 공원, 공모전 수상작, 건축인 교류 행사로 성격은 저마다 다르지만, 공간과 삶을 함께 설계한다는 생각은 세 곳 모두에 깔려 있다.

쓰임 없던 땅을 녹지로

ArchDaily 중국판에 따르면, 건축사무소 Paulo Merlini arquitetos는 곤도마르(Gondomar)의 도시공원 프로젝트를 맡았다. 대상지는 상 코스메(S. Cosme) 중심부에 있는 약 20,000제곱미터 규모의 땅으로, 그동안 정해진 용도 없이 남아 있던 곳이다. 이 땅에 넓은 녹지를 들이고 운동·건강 활동과 휴식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공원을 만드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과제였다.

방치된 땅을 녹지로 되살리면서 몸을 움직이는 기능과 쉬는 기능을 한 공간에 겹쳐 놓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넓은 녹지라는 기본 틀 위에 여러 쓰임을 함께 담는 방식이다.

물과 둥지를 주제로 한 공모전

튀르키예 건축 매체 Arkitera에 따르면, 현지 설계사무소 Spika Mimarlık이 TerraViva Competitions가 주최한 'Nidos de Agua' 공모전에 낸 'Nido Inverso – The Inverted Nest(뒤집힌 둥지)'가 Golden Mention을 받았다. 공모전 이름에는 물, 작품 이름에는 둥지가 들어가 있다. 둥지를 뒤집는다는 발상 자체가 머무는 공간의 형식을 새롭게 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제주, 삶을 설계하는 대화

국내 소식도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의 건축사신문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여성위원회는 10월 9일 문화공간 레미콘에서 제주 지역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조한혜정 인류학박사의 강연, 여성건축사와 학생의 대화, 여성건축사 작품 전시, 자유 네트워킹으로 짜였다. 행사를 주관한 곽다인 위원장은 참가자들이 자기 삶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용기와 영감을 얻는 따뜻한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세 사례의 공통점

규모와 형식은 달라도 세 사례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곤도마르 공원은 쓰이지 않던 땅에서 출발했고, 튀르키예 수상작은 익숙한 둥지의 형태를 거꾸로 생각했다. 제주 행사는 건물보다 앞서 삶 자체를 설계의 대상으로 삼았다. 공간을 고치기 전에 그 공간이 지금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앞으로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부터 묻는 태도가 세 곳에 공통으로 있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유휴 공간부터 찾기: 베란다 구석, 짐만 쌓인 작은 방, 복도 끝처럼 정해진 쓰임이 없는 자리를 먼저 적어 두고, 이곳을 어떤 공간으로 바꿀지 정한다.
  • 작게라도 녹지 들이기: 창가나 발코니에 화분 몇 개를 모아 두면 집 안에 작은 녹지가 생긴다. 볕이 드는 방향과 물 주기 동선을 함께 생각한다.
  • 쉼과 운동을 한 코너에: 매트 한 장 깔 수 있는 바닥과 앉을 자리만 있어도 스트레칭과 휴식을 겸하는 공간이 된다. 바닥을 비워 두는 것이 핵심이다.
  • 익숙한 배치를 거꾸로 보기: 가구 방향이나 침대 위치를 반대로 놓았을 때 동선과 채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실험해 본다.
  • 생활부터 설계하기: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일주일 동안 식구들이 집 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기록해 보면, 정말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