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마지막 주에 나온 해외 디자인 소식들을 나란히 놓으면 한 방향이 보인다. 공간을 멋진 형태로 마무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장소의 시간과 손기술, 그리고 사는 사람의 삶을 함께 담으려 한다는 점이다. 홍콩, 독일, 인도, 태국의 사례로 이 흐름을 살펴본다.

홍콩: 91년 전 전시를 다시 불러내다

SCMP에 따르면 1935년 런던 벌링턴 하우스에서 왕립미술원이 연 중국 미술 전시는 중국 외교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꼽힌다. 그로부터 약 90년이 지나 이 전시가 홍콩의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에서 새롭게 꾸며졌다. 11월 6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념전은 당시 런던 전시를 다룬 6권짜리 출판물을 선보이면서, 그때 출품된 유물 15점을 한자리에 다시 모았다. 과거의 기록과 사물을 오늘의 공간에 다시 배치해 새 의미를 만드는 방식이다.

독일: 베를린의 기억 위에 프랑스의 정밀함을

AD 독일판에 따르면 베를린 쿠어퓌르스텐담에 새로 문을 연 에르메스 매장은 RDAI의 건축가 드니 몽텔이 설계를 맡았다. 그는 베를린의 역사, 현지 장인의 공예, 프랑스식 정밀함을 엮어 이 매장만의 고유한 언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라도 도시마다 똑같이 찍어내지 않고, 그 장소의 맥락을 읽어 디자인하겠다는 태도가 드러난다.

인도: 수십 년에 걸쳐 쌓인 집의 이야기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 인도판은 배우 아미타브 바찬의 부동산을 정리해 소개했다. 뭄바이 주후의 상징적인 저택 '잘사'부터 안데리의 사무실, 아요디아의 토지까지, 그가 보유한 공간들은 50년 동안 꾸준히 쌓아 올린 경력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매체는 평가했다. 집이 한 사람의 시간을 기록하는 그릇이라는 시각이다.

태국: 디자인은 생존의 해법

태국 매체 Dsign Something에 따르면 TCE에서 열리는 '방콕 국제디자인엑스포 2026'의 주제는 'THE WORLD ENDS'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디자인의 세계가 끝을 맞는다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주최 측은 디자인이 갤러리에 걸릴 아름다운 형태에 머물지 말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답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 창의성과 사람, 실제 경제적 기회를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통점과 차이

네 나라의 소식은 규모도 성격도 다르다. 홍콩은 유물과 기록으로, 독일은 상업 공간의 재료와 공예로, 인도는 개인의 주거 이력으로, 태국은 디자인 업계 전체를 향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그럼에도 공간에 시간과 장소의 맥락을 담고, 보기 좋은 데서 그치지 않고 삶에 쓸모 있게 만들겠다는 방향은 같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물려받은 물건을 다시 보기: 부모님 댁의 오래된 소반, 함, 액자를 버리기 전에 닦고 손봐서 거실이나 현관의 포인트로 써 본다.
  • 지역 공방의 손맛 더하기: 그릇, 패브릭, 조명갓처럼 작은 소품부터 손으로 만든 것을 골라 넣으면 공장 제품만 있는 공간에 질감이 생긴다.
  • 집의 원래 흔적 살리기: 리모델링할 때 구축 아파트의 원목 문틀이나 오래된 타일처럼 상태가 괜찮은 부분은 남겨 두는 것도 검토해 본다.
  • 기록하는 벽 하나 만들기: 가족이 시간을 보내며 모은 사진과 물건을 한 벽면에 모아 두면 집이 쌓아 온 이야기가 드러난다.
  • 예쁨보다 쓰임 먼저: 가구 하나를 들일 때도 모양보다 생활 동선과 수납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따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