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세계 인테리어·디자인 소식에서 하나의 흐름이 눈에 띈다. 공간을 꾸미는 일이 보기 좋은 배치에서 끝나지 않고, 기억과 전통, 브랜드 정체성, 개인의 취향 같은 이야기를 담는 그릇으로 쓰인다는 점이다. 나라도 분야도 다르지만 공간을 '무엇을 말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설계한다는 점은 같았다.

스페인·멕시코: 전통이 건축이 될 때

AD México y Latinoamérica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는 멕시코의 '망자의 날(Día de Muertos)'을 기리며 건축적인 제단을 선보였다. 매체는 이를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전통으로 보고, 기억과 건축이 만나 새로운 표현 방식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가정에서 소박하게 차리던 제단이 도시의 건축 작품으로 옮겨 가면서, 의례 공간도 디자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영국: 제품을 공간으로 번역하다

Dezeen에 따르면 영국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는 런던 나이츠브리지의 플래그십 매장을 새로 디자인했다. 이 매장은 최근 공개된 전기차 Type 01을 일반인이 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장소다. 재규어는 매장을 이 차의 '물리적 표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한 대의 제품이 지닌 성격을 공간 전체의 분위기로 풀어낸 사례다.

일본: 좋아하는 것을 깊게 파는 서점

Casa BRUTUS에 따르면 도쿄 하타가야에는 영화와 음악 등 '좋아하는 것'을 깊이 파고드는 문화 중심 서점이 있다. 이 매체는 전국의 개성 있는 서점도 함께 소개했다. 찻집을 함께 두어 책과 만나는 시간을 천천히 즐기게 한 곳, 아트북을 찾는 과정 자체를 예술 경험으로 만든 곳, 여러 점주가 함께 꾸리는 공유형 서점 등이다. 상품을 진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머무는 경험을 설계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호주: 계절과 반려동물이 주인공인 집

Homes To Love에 따르면 호주 잡지 Country Style은 지난 호에서 크리스마스 표지 14개를 골라 소개했다. 이 표지들의 주인공은 사랑받는 털북숭이 반려동물들이었다. 연말 장식과 반려동물이 함께 있는 장면이 집의 따뜻함을 보여 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공통점과 차이

스페인은 공동체의 기억을, 영국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일본은 개인의 취향을, 호주는 계절과 가족의 정서를 공간에 담았다. 규모와 목적은 달라도 공간이 곧 메시지라는 생각은 같다. 집 역시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드러날 때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 된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취향 코너 만들기: 거실이나 방 한쪽 벽에 선반을 달고 좋아하는 책이나 음반을 표지가 보이게 세워 두면 작은 서점 같은 분위기가 난다.
  • 계절 연출 자리 정하기: 현관 수납장 위나 거실 콘솔처럼 장식을 바꿀 자리를 한 곳 정해 두고, 명절과 연말마다 소품만 바꾸면 손이 덜 간다.
  • 기억을 모으는 벽: 가족사진이나 여행 기념품을 여기저기 흩어 두지 말고 한 벽에 모아 걸면 집 안에 이야기가 있는 중심이 생긴다.
  • 반려동물 공간도 인테리어로: 반려동물 쿠션이나 쉼터를 가구 색과 소재에 맞춰 고르면 생활감은 살리면서 공간이 정돈돼 보인다.
  • 머무는 자리 하나 두기: 창가에 의자와 작은 테이블, 스탠드를 놓으면 책이나 차를 즐기는 집 안의 쉼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