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째 주 세계 건축 소식을 모아 보면 공통점이 하나 보인다. 새 건물을 크게 짓기보다 이미 있는 건물과 땅, 재료를 어떻게 다시 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스페인, 아랍에미리트, 한국에서 나온 소식을 차례로 정리했다.

런던, 건축가의 옛 사옥이 공공 공간으로

The Architects' Journal에 따르면 자하 하디드 재단은 런던 클러큰웰 보울링 그린 레인 10번지 건물을 새로 고쳐 11월 3일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이곳은 자하 하디드가 생전에 본사로 쓰던 건물이다. 건축가가 일하던 공간을 허물지 않고 손봐서 시민이 드나드는 장소로 바꿨다는 점이 눈에 띈다. 건물에 담긴 기억을 지키면서 쓰임새를 새로 정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스페인 바스크, 강을 따라 생긴 도시공원

튀르키예 건축 매체 Arkitera에 따르면 스페인 설계사무소 Burgos & Garrido Arquitectos가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네르비온 평야를 따라 새 도시공원을 설계했다. 강가의 땅을 시민이 쉬는 녹지로 만든 프로젝트다. 도시가 물가를 다시 생활 공간으로 끌어들이려는 흐름이 여기서도 이어지고 있다.

샤르자, 흙을 다져 짓는 디자인센터

ArchDaily Brasil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크리에이티브 쿼터에 들어설 샤르자 디자인센터(SDC)는 흙다짐 방식으로 짓는 건물이며 2029년 문을 열 계획이다. 설계는 Taller de Arquitectura – Mauricio Rocha가 건축가 Daniel Rosselló와 함께 맡았다. 디자인, 재료 연구, 시제품 제작, 생산을 다루는 기관으로, 전문 실험실과 연구 시설, 생산 공간, 공공 프로그램이 이 건물에 함께 들어선다. 운영은 셰이카 힌드 빈트 마지드 알 카시미가 이끈다. 흙이라는 오래된 재료를 재료 연구 기관의 건물에 쓴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한국, 건축경기 침체 속 회비 감면

국내 건축계는 사정이 어렵다. 건축사신문에 따르면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건축경기 침체가 길어지자 정회원 월정회비 가운데 서울회 몫 1개월분을 한시적으로 깎아 주기로 했다. 대상은 3,693명이고, 7월부터 8월까지 감면액을 돌려받을지 기부할지 신청을 받았다. 환급을 신청한 약 2,000여 명에게는 차례로 환급을 진행하고 있다. 따로 신청하지 않은 약 1,500여 명은 2027년 1월분 회비를 면제받는다.

나라별 차이와 공통점

영국은 건물 재생, 스페인은 강변 녹지, 아랍에미리트는 흙이라는 재료에 각각 무게를 뒀다. 방식은 달라도 이미 있는 자원을 살리고 공공에 여는 쪽을 택했다는 점은 같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이렇게 덜 짓고 더 오래 쓰는 방향이 집 단위에서도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철거보다 보수 먼저: 멀쩡한 문틀, 붙박이장, 바닥재는 바로 뜯어내지 말고 도장이나 시트, 부분 교체로 살릴 수 있는지 먼저 따져 본다.
  • 공간에 새 역할 주기: 잘 쓰지 않는 작은 방이나 알파룸을 작업실, 서재, 취미 공간처럼 용도를 정해 다시 꾸민다.
  • 자연 재료의 질감: 흙이나 돌 느낌이 나는 벽 마감, 원목 가구를 한두 곳에 들이면 차분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습기와 관리 방법은 미리 확인한다.
  • 바깥 풍경 끌어들이기: 창 너머로 녹지나 하천이 보이면 그 앞을 비워 두고 의자를 창 쪽으로 돌려 풍경을 인테리어의 일부로 쓴다.
  • 공사는 단계별로: 예산 부담이 크면 한꺼번에 고치기보다 꼭 필요한 곳부터 나눠서 공사 계획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