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이 조금씩 깎여 나가는 땅이라면 집은 어디에 지어야 할까. 영국 건축 전문지 The Architects' Journal에 따르면, 영국 설계사무소 Studio Bark는 바닷가 주택을 설계하면서 해안 침식이 진행되면 건물을 해체해 더 안쪽 내륙으로 옮겨 다시 지을 수 있게 했다. 이 내용은 순환형 건축과 건축 자재, 재활용 분야의 새로운 접근을 소개하는 이 매체의 연재 'Material changes'에 실렸다. 리처드 웨이트(Richard Waite) 기자가 Studio Bark 디렉터 세라 브로드스톡(Sarah Broadstock)을 인터뷰했다.
땅이 움직이면 집도 움직인다
보통 집은 한자리에 오래 서 있다는 것을 전제로 짓는다. 이번 사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집이 선 땅이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때가 오면 건물을 버리지 않고 분해해서 다른 자리에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설계 단계에서부터 준비해 둔 것이다. 집을 한곳에 묶인 고정 자산으로 보지 않고, 다시 조립할 수 있는 부품의 묶음으로 보는 관점이다.
순환형 건축 흐름 속의 한 사례
매체가 이 프로젝트를 순환형 건축 연재에서 다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순환형 건축은 일반적으로 지을 때부터 해체와 재사용을 염두에 두어, 건물 수명이 끝났을 때 나오는 폐기물을 줄이는 방향을 말한다. 해안 침식처럼 피하기 어려운 환경 변화 앞에서 옮겨 지을 수 있는 집은, 이런 원칙이 실제 주거 문제에 적용된 예로 볼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 주는 의미
한국 아파트에 사는 사람에게 해안 침식은 먼 이야기다. 하지만 언젠가 뜯어서 다시 쓴다는 생각은 몇 년마다 이사하는 일이 흔한 한국 주거 환경과도 잘 맞는다. 리모델링할 때마다 붙박이 가구와 마감재를 통째로 철거해 버리는 관행을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된다. 처음부터 분해를 고려해 고르고 설치하면 다음 집에서도 다시 쓸 수 있고, 버려지는 자재도 줄어든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접착보다 체결: 선반과 가구는 접착제보다 나사나 브래킷으로 고정하면 이사할 때 분해해서 다시 쓰기 쉽다.
- 붙박이보다 모듈: 수납장은 벽에 꼭 맞춘 붙박이보다 규격화된 모듈형을 고르면 새 집 구조에 맞게 다시 배치할 수 있다.
- 원상복구가 쉬운 마감: 세입자라면 떼어 내기 쉬운 시트지나 조립식 바닥재처럼 되돌릴 수 있는 마감재를 먼저 살펴본다.
- 철거 전 재사용 목록 만들기: 리모델링 전에 문 손잡이, 조명, 수전처럼 다시 쓸 수 있는 부품을 먼저 떼어 따로 보관한다.
- 설치 기록 남기기: 조립 순서와 부품 사진을 남겨 두면 나중에 해체하고 다시 조립할 때 시간이 덜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