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세계 건축·주거 소식에는 서로 멀리 떨어진 세 장면이 함께 올라왔다. 화재를 겪은 집을 조금씩 되살리는 인도네시아 부부, 말과 사람이 함께 머무는 멕시코의 시골 단지, 그리고 기존 제도를 벗어나 새 길을 연 미국 건축학교의 역사다. 규모도 성격도 다르지만 이미 가진 것에서 출발해 공간을 다시 짠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인도네시아: 불탄 집, 쓸 수 있는 방부터

인도네시아 매체 detikProperti에 따르면 아니사 라흐마와 아난디토 부부는 집에 불이 나고 6개월이 지나서야 보수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집 전체를 한꺼번에 고치지 않고, 아직 쓸 수 있는 방을 먼저 손보는 쪽을 택했다. 생활을 이어 가면서 순서를 나눠 고치는 단계적 리모델링이다.

피해가 클수록 한 번에 끝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쉽다. 하지만 살 수 있는 공간을 먼저 확보하면 예산과 체력을 나눠 쓸 수 있고, 다음 공정을 판단할 시간도 생긴다.

멕시코: 말을 돌보는 곳과 쉬는 곳을 한 단지에

ArchDaily 브라질판에 따르면 설계사무소 Mendiola Arregui가 설계한 'Rancho del Abuelo'는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근교에 있는 승마 단지다. 말의 거처와 관리 공간을 두는 한편, 사람이 잠시 멈추고 머물며 풍경을 바라보는 공간을 함께 엮었다. 매체는 이 구성 덕분에 풍경과 승마 생활을 대하는 여러 가지 거주 방식이 생겨난다고 설명한다.

기능 공간과 휴식 공간을 나누면서도 하나의 흐름으로 잇는 방식은 일과 쉼이 뒤섞이기 쉬운 요즘 집에도 참고가 된다.

미국: 담장 밖에서 자란 건축학교

ArchDaily 중국판에 따르면 학교사를 다룬 책 『With and Without Walls』는 남캘리포니아 건축학교(SCI-Arc)의 1970~80년대를 조명한다. 1972년 관료주의와 이념적 압박을 느낀 구성원들이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대학 포모나 캠퍼스에서 떨어져 나왔다. 이후 로스앤젤레스의 건축가이자 교수 레이 카피가 새 학교 설립을 제안했고 초대 학장을 맡았다. 책은 1960년대의 사회·문화·생태적 이상주의를 배경으로, 이 학교의 문화가 건축가를 기르는 대안적 모델로 자리 잡은 과정을 그린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 다시 짜 보는 태도는 학교뿐 아니라 집을 대하는 방식에도 통한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매일 쓰는 방부터: 전면 공사가 부담스럽다면 침실·주방처럼 매일 쓰는 공간을 먼저 정비하고, 나머지는 순서를 정해 나눠 진행한다.
  • 숨은 공정은 앞 단계에: 나눠서 고칠 때는 배관·전기처럼 나중에 뜯기 어려운 작업을 먼저 끝내 재시공을 줄인다.
  • 피해 뒤에는 점검 먼저: 화재나 누수를 겪은 집은 마감재를 고르기 전에 구조와 설비 상태부터 전문가에게 확인받는다.
  • 일과 쉼의 구역 나누기: 작은 집이라도 작업 테이블과 소파 자리를 가구 배치나 러그로 구분하면 생활 리듬이 정리된다.
  • 창가를 머무는 자리로: 창 앞을 가리는 수납장을 옮기고 의자 하나를 두면 베란다나 창가가 바깥 풍경을 즐기는 공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