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공사비 검증제도가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하우징헤럴드에 따르면 최근 5년여 동안 시공자가 요구한 공사비 증액은 모두 24.8조원이었다. 이 가운데 78.6%가 검증 과정에서 인정됐다. 시공자가 제시한 금액을 꼼꼼히 따지기보다, 요구액이 얼마든 비슷한 비율만 깎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2개 사업장, 201건 검증 결과

이 수치는 한국부동산원이 정비사업지 182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건의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문제로 꼽히는 점은 해마다 인정 비율이 거의 같다는 것이다. 일정 비율만 깎인다면 시공자는 처음부터 증액분을 크게 요구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검증이 오히려 과다 청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후관리 부재와 긴 처리기간

절차상 허점도 있다. 검증이 끝난 뒤 결과가 실제 계약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사후관리 절차가 없다. 처리기간은 길게는 597일이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사업은 사업비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만큼, 검증이 늦어지거나 형식에 그치면 조합원 분담금과 사업 일정에 바로 영향을 준다.

대형 수주는 계속된다

공사비 논란 속에서도 대형 정비사업 수주는 이어지고 있다. 같은 매체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이 지난 16일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를 열어 삼성물산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공사비는 약 2조2천685억원이다. 삼성물산은 새 단지명으로 '래미안 소넬리'를 제안했고, 한강 조망을 고려한 주거동 배치와 외관 특화, 가변형 주거공간 등을 담은 계획을 내놨다. 이렇게 공사비가 조 단위로 커지는 사업에서는 증액 검증의 정밀도가 더 중요해진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정비사업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도 공사비 증액 문제는 집 수리와 리모델링 현장에서도 흔하다. 셀프 인테리어나 부분 시공을 맡길 때 아래를 챙겨 두면 좋다.

  • 항목별 견적 요구: 철거, 설비, 마감처럼 공정별로 나뉜 견적을 받아야 나중에 증액 근거를 따질 수 있다.
  • 추가 공사는 서면으로: 공사 중 변경이나 추가 요청이 생기면 범위와 금액을 문자나 문서로 남겨 둔다.
  • 비율이 아닌 근거로 협상: 증액 요구를 받으면 일정 비율로 깎기보다 자재 수량과 공정을 하나씩 확인한다.
  • 일정 지연 조건 명시: 공사 기간과 지연 시 처리 방법을 계약서에 적어 두면 분쟁을 줄일 수 있다.
  • 완료 후 점검 기록: 공사가 끝나면 계약 내용대로 시공됐는지 사진과 체크리스트로 남긴다.